Harbour Pre. ss


사진가 씨시루 인터뷰



“만약 당신의 작품이 사람을 감동시키고,
그들에게 생각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 Sissi Lu. 핫셀블라드 500CM를 주로 사용하며 다양한 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해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하는 젊은 여성 작가다.
그의 시선이 닿으면 따뜻해진다. 살아남기 힘든 도시의 생활도, 외로이 홀로 일하는 사람도, 거리를 떠도는 비둘기마저도.

하버프레스는 그의 사진이 주는 따뜻함을 오랜 시간 지켜봐왔다. 이메일과 영상통화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드디어 직접 만나게 되었다. 그가 영감을 얻기 위해 종종 간다는 West Village 의 Abingdon Square Park 에서.

기대를 품고 도착한 Abingdon Square Park 는 볼품없었다. 도시 한편에 덩그러니 놓여 벤치만 몇 개 주르륵 있는 보잘것없는 공원이었다. 적어도 글쓴이의 눈에는 그랬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여행하며 지쳐있던 나는 궁금했다. 그는 무엇이 좋아서 여기에 오는 것일까.

그가 사진을 찍는 이유와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동네의 하찮은 공원에서도 아름다움이 보였나 보다. 가만히 앉아 주변의 아름다움을 볼 틈이 없던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처럼 말이다. 그와의 대화 전문은 아래에 국문과 영문으로 남겼다. 읽는 분들에게 좋은 영감이 되길 바란다.

by 하버프레스 황은우


(Click here to read in English)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씨시루 라고 해요.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미국에 온지 10년이 되었어요. 미국에서 지낸지 10년 중 지난 5년동안은 사진 일을 해왔어요. 여기서 제가 무언가 할말이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영광으로 느껴져요. 아직까지는 제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배워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거든요.





사진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제 배경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저는 청소년기 대부분을 오페가 공부에 쏟았어요. 미국에 와서는 오페라 공연을 주로 했어요. 공연을 할때는 (홍보를 위해)포스터가 필요하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그건 제가 의식하지 못한 비전이었죠. 저는 무언가 아주 구체적인 것을 원했지만, 아무도 제게 그걸 만들어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DIY 정신으로 제 상상 속에서 비주얼을 만들어보려고 시작했고, 그때 저는 제 방식대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제 사진 여정의 시작으로 중고 카메라를 들게 되었어요. 제 마음의 소리를 따라 진심을 담은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제 작품에서 그 진심을 알아봐 주었고, 그 덕분에 저 스스로도 제 능력을 믿게 되면서 사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나요?


저는 오랫동안 제가 사진작가라고 말할 자격이 있거나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한동안 저는 그냥 "사진을 찍어요"라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그건 마치 사진을 취미로 찍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때때로는 "카메라로 작업해요"라고 말하기도 했죠. 왜냐하면 "사진작가"라고 말하거나, 더 무서운 말로 "예술가"라고 말하는 건, 그 단어를 제 자신에게 아직 붙일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것에 대해 좀 더 말해줄 수 있나요?

저에게 예술가는 좋은 예술을 만들 수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예술을 살아 숨쉬듯 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은 목적이 있고, 그런 의도가 너무 뚜렷해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를 이룰 수 있습니다. 결국 제가 가고 싶은 방향이기도 하지만, 저한테는 아직 그걸 주장할 만큼 충분한 것이 없다고 느껴요.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리고 그건 경제적인 것과 관련된 문제도 아니에요. 저와 비슷한 분야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예술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그게 나를 예술가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 말이 전적으로 맞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게 예술가는 그저 하나의 상태, 수준, 기준처럼 머릿속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이에요. 아마도 특정 기관에서 인정받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동시에, 제가 모순된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만약 당신의 작품이 사람을 감동시키고, 그들에게 생각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얼만큼 왔다고 생각하나요?

예술가가 되어가는 과정은 결국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한 확신이 얼만큼 있는지에 달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직 제 작품에 대해 완전히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요. 이미 많이 왔죠. 제가 '예술가'라는 단어를 제 자신에게 붙일 수 있는 순간은 제가 만든 것을 자신 있게 사랑하고, 그 과정이 제가 원하는 대로 모든 사람에게 전달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 때일 거예요.




왜 사진을 찍나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제가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랑하는 의미에서 말하는 건 아니고, 저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제가 특별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요. 만약 아무도 하고 있지 않다면 내가 해야겠다. 그런 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더 자세히 답을 하자면, 제가 교회에서 봉사했던 때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당시 예배장에 갔을 때 담당자가 와서 제게 했던 말을 기억해요.
“자, 카메라는 됐고, 규칙은 이거야. 20장 이상 찍지말 것. 20장 내로 제출할 것. 보통은 주어진 주제에 맞게 찍지만, 너는 자유롭게 찍어도 괜찮아."

그 말을 듣고는 나한테 정말 많은 신뢰를 주는구나, 정말 축복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예배실로 들어가기 전에 작은 기도를 했죠. "하나님 제 눈을 열어 주세요, 제 귀를 열어 주세요. 제 앞에 오셔서 제 길을 인도해 주세요."

그리고 또 말했어요. "하나님, 당신이 보시는 것을 보여 주세요." 그리고 카메라 뷰파인더를 눈에 대고 바라보았을 때, 저는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손을 얹고 계시는 장면을 봤어요.

긴 하루를 마친 후에 지친 사람들, 피곤하고 힘든 모습이었죠. 그걸 보았어요. 그런데 그때 제가 본 것은, 하나님이 그들에게 안아주시는 모습이었어요. 힘들어도 그 공간에서는 괜찮다고 하시는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그 순간 사람들이 제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아무도 그 순간들을 멈추고 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나님이 제 눈을 열어 주셔서, 그분이 일하시는 모습을 보게 하신 거죠.

긴 이야기를 짧게 말하자면, 저는 그 비전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것을 여전히 하나의 선물로 보고 있어요. 노래든, 사진이든, 저는 그저 제가 보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통로라고 생각하고, 제가 보는 것은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것이고, 그것이 제가 믿는 바입니다.







요즘은 어떤 것들을 찍고 싶으신가요? 여전히 인물 사진인가요?

저는 제가 하는 모든 일이 정말 저 자신에게 진실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느끼는 것이 제가 보는 방식이에요. 사실 사진을 찍는 데 기술적으로 많은 걸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물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는 팬데믹 중과 팬데믹 이후에 인간 관계에 대한 강한 욕구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인간적인 연결을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뉴욕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어했지만, 저는 뉴욕에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진정한 공동체와 연결이 있다고 느껴요. 저는 그걸 개인적으로 정말 즐기기 때문에, 그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여전히 인물 사진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독특하고, 저는 제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서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가끔은 비인물 사진일 때도 있죠.




사진집을 만든다면, 어떤 주제나 제목, 혹은 어떤 내용의 책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저는 제 인물 사진 프로젝트와 그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고 싶어요. 그건 단순히 사진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내놓는 모든 것이 그 책을 접하게 될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태였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기존에 보던 것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영감을 주거나, 자극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할 것 같아요.










당신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매일이 다르게 흘러가요. 가끔은 제 영혼을 느껴보고자 여기저기 걸어다니기도 해요. 제 마음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저는 창작을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제 자신을 건강하게, 제 마음을 건강하게, 제 영혼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잘 돌보려고 노력해요. 그게 걷는 것이든, 친구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든, 새로 만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인생의 다른 면을 보고 영감을 얻는 일이든 말이죠. 그래서 제 하루는 정말 제 기분에 따라 달라요. 조금은 럭셔리하다고 들릴 수 있겠네요.



요즘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요즘 저는 향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정말 매혹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누군가가 향기와 향수에 대해 매우 섬세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걸 통해 제가 몰랐던 많은 어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향기가 시각적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걸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결국 사진과 연결되는 건가요?

저는 사진이라는 세계가 저에게서 절대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진은 제가 제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이니까요. 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표출이 되어야해요. 저에게 사진은 그런 출구이자, 어떤 시각적인 것들이든 제 생각이나 재미난 아이디어들을 풀어낼 수 있는 출구예요.





 
씨시루의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