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손 작가 인터뷰 (Click here to read in English)
“관객을 만나는 경험들이 쌓여 가면서
작가 이손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SKOPF 우승자를 검색하면서이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연고와 매체에 대한 마음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나는 예술가가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몇이나 있을까?
우리나라의 좋은 점이 아주 많이 있지만 개성을 표현하기에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도 명백한데 낯선 이름의 출판사 하버프레스와의 첫 만남임에도 커다란 작품집을 들고 와 한 장 한 장 설명해 주던 그의 모습에서 나는 어떤 희망을 보았던 것 같다.
그가 진솔하게 나누어준 자신의 이야기가 이 글을 접하는 독자 중 누군가에게 용기와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
by 하버프레스 최상희
먼저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 한 번 부탁드릴게요.
저는 서울이랑 제주를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 이손이라고 하고요.
사진 매체랑 퍼포먼스 매체를 주요 매체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14회 KT&G SCOPF에서 올해 최종 사진가로 선정되셨을 때나 전시 진행하면서 들었던 감상들을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스코프는 제가 작년 봄에 제주로 내려가면서 지원을 하게 됐는데요. 아무래도 그전에는 제가 활동이 거의 없어서 제주로 내려가는 게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는 거 아닌가? 하고요.
왜냐하면 제주로 내려가면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되고 서울에 있는 것과는 환경이 여러 가지로 다를 것 같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이런저런 공모를 넣었었는데, 결과적으로 선정이 되면서 다행히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구나. 다행이다 이런 감각이 좀 강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예술이라는 길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제가 시골에서 자랐다 보니까 미술에 대해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요. 그래서 중 고등학생때는 문학을 하겠다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유럽에 친구들이랑 여행을 갈 일이 있었는데, 보통 해외에 나가면 관광지들이 다 미술관인 경우가 많잖아요.
현대 미술을 그때 처음 보면서 그것들이 좀 궁금했고, 그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서울에 있는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면서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막연히 미술에 좀 더 가깝게 살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 했었던 것 같아요. 미술이 뭔지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술 대학에 진학을 했었고요.
대학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과를 다녔음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교에서 과제로 이상한 퍼포먼스 같은 거 하고 그랬었는데
관객을 만나는 경험들이 쌓여 가면서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던 것 같고 그것이 가능한 방향을 찾았던 게 이제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 예술가가 되셨잖아요, 현재 예술가로서의 삶에 만족하는 거 같으신가요?
네 저는 만족하면서 살고 있고요
작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계속해요. 꼭 지금처럼 뭔가 작가로 불리고 작가로서의 어떤 자리가 잡혀서라기보다도요. 그전에도 계속 작업을 하기로 했던 결정에 대해서 잘한 결정이었다고는 계속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어요. 물론 이걸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하긴 하는데요. 그럼에도 작업하는 거에 대해서는 만족이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한데 작업하기를 잘했다, 필요했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시가 주는 감동과 책이 주는 감동이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두 가지를 다 생산해 보는 경험을 하셨을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사실 저는 책을 만든 경험이 더 좋았던 거 같아요.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전시는 주어진 공간이 있고 주어진 예산이 있고 그거에 어느 정도 맞춰서 진행을 해야 하는 형태예요.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한계와 예산의 한계 같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데요. 그에 더해서 어떤 전시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제가 부응해야 되는 기대가 있고 맞춰야 하는 어떤 톤앤매너 같은 것들이 있긴 마련인데 제가 혼자서 만들었던 책 같은 경우 온전히 저의 선택들, 저의 결정들로 이루어질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작업에 딱 알맞은 결과물로서 나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물론 전시 경험은 또 책과는 다르게 각각의 사진들이 좀 더 힘을 받아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 전체적인 시리즈를 놓고 생각했을 때는 책이 훨씬 선택지가 많고 또 그렇기에 제가 원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전시는 또 소요되는 예산, 비용이나 시간에 비해서 되게 짧은 기간 잠깐 어떤 물리적 공간을 점유했다가 사라지잖아요. 근데 책이라는 건 거의 반영구적으로 누군가에게 가서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거다 보니까 저는 작업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되게 중요한 매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작가님에게 해류병이라는 서사는 종결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드리프트 보틀이라는 작업이 온전히 제 의도대로 움직인 작업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따라갔던 게 있는데요. 제주로 내려가게 되면서 배경이 바뀐다거나. 마찬가지로 현수막의 실종자를 찾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거에 맞춰서 제가 좀 움직여야 되는 상황이 된 거는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은 2019년부터 5년, 6년 정도 실종자를 찾는 현수막과 같이 움직였던 시간들을 잘 정리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은 좀 들었어요.
사실 실종자를 찾는 아버지에 대한 어떤 판타지를 저는 지키고 싶어서 이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기 전에는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고 했던 게 있었거든요. 그래도 어떤 시점에서는 당신의 어떤 행위에 반응해서 이런 걸 했었다, 한 사람이 있다. 정도의 메시지는 좀 전달을 하고 싶었는데 직접 뵙든 아니든요.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죠. 그래도 어떤 소통 불가능성에서, 내지는 재연 불가능성에서 작업이 항상 시작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직접 소통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의 마무리를 이제는 진짜 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 되긴 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사진에서 영상이나 퍼포먼스라는 매체로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개인적으로는 매체가 확장되었다기보다는 이거저거 다 하던 건데 제가 어느 순간 사진가가 되어버린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SCOPF에 선정되기 전까지는 사실 어떤 사진가로서의 자의식 같은 게 거의 없었어요. 퍼포먼스는 저의 어떤 성장 배경과 관련된 내용들, 내지는 형식들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을 했었고, 사진은 저의 가족사와 관련된 내용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을 해 와서 둘을 별개의 매체로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해 왔어요.
그러다 공모 같은 것들이 되면서 사진가로 불리고 사람들한테 그렇게 인식이 됐는데 앞으로의 작업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어떤 특정 매체만 다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진 않으려고 하고 있고요.
저는 스스로를 시각예술가라고 지칭을 하려고 해요. 사실 퍼포먼스나 영상 작업이 작업으로서 내보일 만큼의 완성도 있는 작업이 많지 않고 어떤 시도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작업으로 관객을 만나려면 좀 더 많은 시간과 프랙티스들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 중 가장 애정을 가진 것은 무엇인가요?
사진 하시는 분들이 이런 분들이 시각적 자극이 되게 예민한 편인 것 같은데 저는 시각적인 자극보다 언어적 자극에 더 민감한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원래는 글 쓰는 일을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하고 싶어 했기도 했고, 작업하는 데 있어서 글이 처음 시작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중학교 때 소설을 엄청 많이 읽었었는데 그때 어떤 작가로서의 감수성 같은 게 생성된 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지금도 이 언어를 시각 예술 안에서 어떻게 다룰지, 사진과 텍스트를 어떻게 결합해서 다룰 수 있을지, 또는 꼭 책이 아니라더라도 전시 구조에서는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이런 걸 고민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책을 한 권 써보고 싶다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꼭 소설, 시, 산문과 같은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언어로만 돼있는 책이 있잖아요. 사진집 말고요. 막연한 생각이긴 했어요.
최근에 관심 갖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근에는 제가 가족사,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데 선택했던 어떤 형식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밤의 시간이랄지, 어떤 부재하는 상태랄지 하는 어떤 경계가 없는 것들이요.
제가 불분명한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다루기 위해서 선택했던 배경들이 있는데 그 배경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그것들이 어떤 역할을 했던 건지 어떻게 더 나갈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적절한 시기가 되었을 때 다시금 저의 성장 배경 같은 것들이 저에게 남긴 게 뭐가 있는지 이런 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작가님께 예술가로서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될까요?
스스로 너무 힘들이지 않으면서 작업을 계속하는 게 첫 번째 목표고요.
또 작가로서 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 한계 짓지 않고 많이 보고 잘 말하는 능력도 갖추고 싶어요.
어떤 작업에 대해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학부시절에 많이 느꼈거든요.
![사진: 권시은]()
이손 작가의 자화상
사진: 권시은
“관객을 만나는 경험들이 쌓여 가면서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던 것 같고
그것이 가능한 방향을 찾았던 게 이제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작가 이손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SKOPF 우승자를 검색하면서이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연고와 매체에 대한 마음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나는 예술가가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몇이나 있을까?
우리나라의 좋은 점이 아주 많이 있지만 개성을 표현하기에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도 명백한데 낯선 이름의 출판사 하버프레스와의 첫 만남임에도 커다란 작품집을 들고 와 한 장 한 장 설명해 주던 그의 모습에서 나는 어떤 희망을 보았던 것 같다.
그가 진솔하게 나누어준 자신의 이야기가 이 글을 접하는 독자 중 누군가에게 용기와 격려가 되기를 바란다.
by 하버프레스 최상희



먼저 작가님에 대한 간략한 소개 한 번 부탁드릴게요.
저는 서울이랑 제주를 오가면서 활동하고 있는 이손이라고 하고요.
사진 매체랑 퍼포먼스 매체를 주요 매체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제14회 KT&G SCOPF에서 올해 최종 사진가로 선정되셨을 때나 전시 진행하면서 들었던 감상들을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스코프는 제가 작년 봄에 제주로 내려가면서 지원을 하게 됐는데요. 아무래도 그전에는 제가 활동이 거의 없어서 제주로 내려가는 게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었어요.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는 거 아닌가? 하고요.
왜냐하면 제주로 내려가면 생계를 위해서 일을 해야 되고 서울에 있는 것과는 환경이 여러 가지로 다를 것 같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이런저런 공모를 넣었었는데, 결과적으로 선정이 되면서 다행히 작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구나. 다행이다 이런 감각이 좀 강했던 것 같습니다.



© 고은 사진 미술관
어떻게 예술이라는 길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제가 시골에서 자랐다 보니까 미술에 대해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요. 그래서 중 고등학생때는 문학을 하겠다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로 유럽에 친구들이랑 여행을 갈 일이 있었는데, 보통 해외에 나가면 관광지들이 다 미술관인 경우가 많잖아요.
현대 미술을 그때 처음 보면서 그것들이 좀 궁금했고, 그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서울에 있는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면서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막연히 미술에 좀 더 가깝게 살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 했었던 것 같아요. 미술이 뭔지에 대해 궁금하고 알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술 대학에 진학을 했었고요.
대학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과를 다녔음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학교에서 과제로 이상한 퍼포먼스 같은 거 하고 그랬었는데
관객을 만나는 경험들이 쌓여 가면서 나만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던 것 같고 그것이 가능한 방향을 찾았던 게 이제 사진이었던 것 같아요.
젊은 나이에 예술가가 되셨잖아요, 현재 예술가로서의 삶에 만족하는 거 같으신가요?
네 저는 만족하면서 살고 있고요
작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계속해요. 꼭 지금처럼 뭔가 작가로 불리고 작가로서의 어떤 자리가 잡혀서라기보다도요. 그전에도 계속 작업을 하기로 했던 결정에 대해서 잘한 결정이었다고는 계속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어요. 물론 이걸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하긴 하는데요. 그럼에도 작업하는 거에 대해서는 만족이라고 하긴 좀 그렇긴 한데 작업하기를 잘했다, 필요했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시가 주는 감동과 책이 주는 감동이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두 가지를 다 생산해 보는 경험을 하셨을 때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사실 저는 책을 만든 경험이 더 좋았던 거 같아요. 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전시는 주어진 공간이 있고 주어진 예산이 있고 그거에 어느 정도 맞춰서 진행을 해야 하는 형태예요. 그렇기 때문에 공간의 한계와 예산의 한계 같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데요. 그에 더해서 어떤 전시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제가 부응해야 되는 기대가 있고 맞춰야 하는 어떤 톤앤매너 같은 것들이 있긴 마련인데 제가 혼자서 만들었던 책 같은 경우 온전히 저의 선택들, 저의 결정들로 이루어질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작업에 딱 알맞은 결과물로서 나올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요. 물론 전시 경험은 또 책과는 다르게 각각의 사진들이 좀 더 힘을 받아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면 전체적인 시리즈를 놓고 생각했을 때는 책이 훨씬 선택지가 많고 또 그렇기에 제가 원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전시는 또 소요되는 예산, 비용이나 시간에 비해서 되게 짧은 기간 잠깐 어떤 물리적 공간을 점유했다가 사라지잖아요. 근데 책이라는 건 거의 반영구적으로 누군가에게 가서 그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거다 보니까 저는 작업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되게 중요한 매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작가님에게 해류병이라는 서사는 종결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드리프트 보틀이라는 작업이 온전히 제 의도대로 움직인 작업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따라갔던 게 있는데요. 제주로 내려가게 되면서 배경이 바뀐다거나. 마찬가지로 현수막의 실종자를 찾던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그거에 맞춰서 제가 좀 움직여야 되는 상황이 된 거는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은 2019년부터 5년, 6년 정도 실종자를 찾는 현수막과 같이 움직였던 시간들을 잘 정리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은 좀 들었어요.
사실 실종자를 찾는 아버지에 대한 어떤 판타지를 저는 지키고 싶어서 이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기 전에는 일부러 만나지 않으려고 했던 게 있었거든요. 그래도 어떤 시점에서는 당신의 어떤 행위에 반응해서 이런 걸 했었다, 한 사람이 있다. 정도의 메시지는 좀 전달을 하고 싶었는데 직접 뵙든 아니든요.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죠. 그래도 어떤 소통 불가능성에서, 내지는 재연 불가능성에서 작업이 항상 시작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직접 소통할 수는 없게 되었지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의 마무리를 이제는 진짜 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 되긴 했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사진에서 영상이나 퍼포먼스라는 매체로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개인적으로는 매체가 확장되었다기보다는 이거저거 다 하던 건데 제가 어느 순간 사진가가 되어버린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SCOPF에 선정되기 전까지는 사실 어떤 사진가로서의 자의식 같은 게 거의 없었어요. 퍼포먼스는 저의 어떤 성장 배경과 관련된 내용들, 내지는 형식들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을 했었고, 사진은 저의 가족사와 관련된 내용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을 해 와서 둘을 별개의 매체로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해 왔어요.
그러다 공모 같은 것들이 되면서 사진가로 불리고 사람들한테 그렇게 인식이 됐는데 앞으로의 작업이 어떻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어떤 특정 매체만 다뤄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진 않으려고 하고 있고요.
저는 스스로를 시각예술가라고 지칭을 하려고 해요. 사실 퍼포먼스나 영상 작업이 작업으로서 내보일 만큼의 완성도 있는 작업이 많지 않고 어떤 시도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작업으로 관객을 만나려면 좀 더 많은 시간과 프랙티스들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매체 중 가장 애정을 가진 것은 무엇인가요?
사진 하시는 분들이 이런 분들이 시각적 자극이 되게 예민한 편인 것 같은데 저는 시각적인 자극보다 언어적 자극에 더 민감한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들어요.
원래는 글 쓰는 일을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하고 싶어 했기도 했고, 작업하는 데 있어서 글이 처음 시작이 되는 경우도 많아요. 중학교 때 소설을 엄청 많이 읽었었는데 그때 어떤 작가로서의 감수성 같은 게 생성된 게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지금도 이 언어를 시각 예술 안에서 어떻게 다룰지, 사진과 텍스트를 어떻게 결합해서 다룰 수 있을지, 또는 꼭 책이 아니라더라도 전시 구조에서는 어떻게 다룰 수 있을지 이런 걸 고민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책을 한 권 써보고 싶다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꼭 소설, 시, 산문과 같은 카테고리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언어로만 돼있는 책이 있잖아요. 사진집 말고요. 막연한 생각이긴 했어요.
최근에 관심 갖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최근에는 제가 가족사, 타인의 고통을 다루는데 선택했던 어떤 형식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추려고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밤의 시간이랄지, 어떤 부재하는 상태랄지 하는 어떤 경계가 없는 것들이요.
제가 불분명한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다루기 위해서 선택했던 배경들이 있는데 그 배경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그것들이 어떤 역할을 했던 건지 어떻게 더 나갈 수 있는지와 같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적절한 시기가 되었을 때 다시금 저의 성장 배경 같은 것들이 저에게 남긴 게 뭐가 있는지 이런 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작가님께 예술가로서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될까요?
스스로 너무 힘들이지 않으면서 작업을 계속하는 게 첫 번째 목표고요.
또 작가로서 씬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 한계 짓지 않고 많이 보고 잘 말하는 능력도 갖추고 싶어요.
어떤 작업에 대해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학부시절에 많이 느꼈거든요.

이손 작가의 자화상
사진: 권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