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총평
지난해 11월 도쿄에 다녀오고 벌써 시간이 반년도 넘게 흘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작가들과 아트북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네요.
도쿄라는 광대한 도시는 수많은 시간에 의해 예술적 조예가 응축된 곳 같았습니다. 모든 곳의 모든 곳에 미학적 기준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죠. 미학적 가치 따위가 그다지 상관없는 한 가지 분야가 있다면 광고판 정도입니다.
아무리 지구촌 시대라 해도 여전히 민족성 혹은 국가적 성격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도쿄는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열려있고, 다양함이 존중받는 곳 같았습니다. 어느 서점에 가도 같은 종류의 책이 대부분이 아니라 서점마다 그만의 시각이 반영된 책들이 있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한 트렌드가 주요하게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중고책 서점 톳도도의 주인과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이곳에서 제일 잘나가는 책이 있나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사 갑니다."
특히 어느 곳이든 오랜 시간 동안 업을 이어가며 업력을 쌓은 것에서 큰 힘을 느꼈습니다. 그 시간들은 큰 자본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게들은 한 곳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이어왔습니다. 거기서부터 ‘리스펙'은 시작됩니다. 시간이 선사하는 주름살은 꾸며낼 수도 가지려야 가질 수도 없는 것입니다.
또한 아트북을 즐기러 온 사람들 중 아이들과 함께 온 가정이 많았던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갓난아기, 아장아장 걷는 아이, 초중고등학생 등. 아이를 키우면서도 예술의 끈을 놓지 않고 함께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니 멋있고 부러웠습니다. 생각해 보니 도쿄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어느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도 노키즈 사인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딜 가도 아이를 태운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던 부모의 모습이 보였던 도쿄입니다.
도쿄라는 광대한 도시는 수많은 시간에 의해 예술적 조예가 응축된 곳 같았습니다. 모든 곳의 모든 곳에 미학적 기준이 스며들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죠. 미학적 가치 따위가 그다지 상관없는 한 가지 분야가 있다면 광고판 정도입니다.
아무리 지구촌 시대라 해도 여전히 민족성 혹은 국가적 성격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도쿄는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열려있고, 다양함이 존중받는 곳 같았습니다. 어느 서점에 가도 같은 종류의 책이 대부분이 아니라 서점마다 그만의 시각이 반영된 책들이 있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한 트렌드가 주요하게 있는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중고책 서점 톳도도의 주인과의 대화가 생각납니다.
"이곳에서 제일 잘나가는 책이 있나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사 갑니다."
특히 어느 곳이든 오랜 시간 동안 업을 이어가며 업력을 쌓은 것에서 큰 힘을 느꼈습니다. 그 시간들은 큰 자본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가치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게들은 한 곳에서 오랫동안 영업을 이어왔습니다. 거기서부터 ‘리스펙'은 시작됩니다. 시간이 선사하는 주름살은 꾸며낼 수도 가지려야 가질 수도 없는 것입니다.
또한 아트북을 즐기러 온 사람들 중 아이들과 함께 온 가정이 많았던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갓난아기, 아장아장 걷는 아이, 초중고등학생 등. 아이를 키우면서도 예술의 끈을 놓지 않고 함께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니 멋있고 부러웠습니다. 생각해 보니 도쿄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어느 음식점이나 카페에서도 노키즈 사인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딜 가도 아이를 태운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던 부모의 모습이 보였던 도쿄입니다.
도쿄 아트북 페어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습니다만, 페어 시작 전후로 많은 서점과 편집숍을 방문하였습니다. 가깝고도 먼 이 나라 사람들이 향유하는 예술 문화는 무엇인가 궁금했습니다. 가장 놀랐던 것은 서가에 꽂혀진 수많은 국내 작가들의 사진이었습니다. 그 정도가 소비가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수많은 국내 책들을 꾸준히 소개하는 서점들의 노력 또한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또 지난 워크숍에서 다루었던 베른트와 힐라 베허 부부의 사진책들이 대중적인 서점 ‘츠타야'에 꽂혀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워크숍을 준비하며 책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던 서울의 한 서점에서는 ‘이제는 찾는 사람이 없는 책'이라는 코멘트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트 하면 에로틱하거나 과도한 노출이 떠오르는데 생각만큼 그런 분위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트북 페어에 온 여러 출판사의 책들 보며 여러 방면에서 예술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 태도를 느꼈습니다.
3박 4일 짧은 시간 동안 본 모습으로 도쿄 전체를 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목격한 예술이 소비되는 모습을 최대한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번 도쿄 아트북 워크숍과 팝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것도 비슷합니다. 도쿄라는 도시에서 만나게 된 서로 다른 6권의 책들을 한 데 모아 보고 그 다이내믹을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아트 하면 에로틱하거나 과도한 노출이 떠오르는데 생각만큼 그런 분위기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트북 페어에 온 여러 출판사의 책들 보며 여러 방면에서 예술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는 태도를 느꼈습니다.
3박 4일 짧은 시간 동안 본 모습으로 도쿄 전체를 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목격한 예술이 소비되는 모습을 최대한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번 도쿄 아트북 워크숍과 팝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것도 비슷합니다. 도쿄라는 도시에서 만나게 된 서로 다른 6권의 책들을 한 데 모아 보고 그 다이내믹을 경험하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대체로 슬프지만, 보통은 괜찮습니다
Eunwoo Hwang 황은우
대체로 슬프지만, 보통은 괜찮습니다(Mostly Sad, Usually Fine). 최근 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제목이다.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사진가 양경준이 스스로 뽑아냈다. 대체로 슬프다니, 작가 자신도 알고 있다. 그의 사진이 슬프다는 것을, 슬픈 것은 사랑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프레스는 양경준 작가와 함께 그의 슬픈 작업을 세상에 선보이기로 하였다. 모두 크라우드 펀딩이 있기에 가능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 그의 사진을 접한 것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다. 새로운 작가를 찾던 중 그의 사진과 글을 접하게 되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어느 사회에도 속하지 못한 이민자의 이야기, 코로나 시대 작은 아파트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 등. 그는 사진가이지만 글도 굉장히 잘 쓰는 편이었다. 사진은 모두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아주 좋은 정방형이었다. 우울한 톤의 사진들이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소셜미디어 형태에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이 역설적이게 느껴졌다. 우리는 그에게 연락했다. 지난 4월, 그와 처음 만났다.
양경준은 세계적인 사진 대회 자이스포토그라피어워드 2020년 우승, 렌즈컬쳐(LensCulture) 크리틱스 초이스에 선정된 바 있는 실력가다. 브로니카라는 중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정방형 사진을 주로 찍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책 '3-1=1'과 코로나 시대 미국의 작은 아파트를 촬영한 'Acacia Cliffs'를 출판했다.
처음 그의 사진을 접한 것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다. 새로운 작가를 찾던 중 그의 사진과 글을 접하게 되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어느 사회에도 속하지 못한 이민자의 이야기, 코로나 시대 작은 아파트 주민들에 관한 이야기 등. 그는 사진가이지만 글도 굉장히 잘 쓰는 편이었다. 사진은 모두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아주 좋은 정방형이었다. 우울한 톤의 사진들이 수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소셜미디어 형태에 딱 들어맞는다는 사실이 역설적이게 느껴졌다. 우리는 그에게 연락했다. 지난 4월, 그와 처음 만났다.
양경준은 세계적인 사진 대회 자이스포토그라피어워드 2020년 우승, 렌즈컬쳐(LensCulture) 크리틱스 초이스에 선정된 바 있는 실력가다. 브로니카라는 중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정방형 사진을 주로 찍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다룬 책 '3-1=1'과 코로나 시대 미국의 작은 아파트를 촬영한 'Acacia Cliffs'를 출판했다.
우리가 맞딱드린 문제는 그의 사진이 '아름답지 않다'라는 점이었다. 우울한 것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 파격적인 이미지가 아니고서야 시선을 끌 수 있을까. 하버프레스는 대형 투자자본이 있는 출판사가 아니며 오랜 시간의 출판 경험이 있어서 독자에 대한 데이터가 있는것도 아니다. 요즘은 책을 한 권만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 하지만, 글책도 아닌 사진책을 만든다는 것은 여러모로 쉬운 일이 아니기에 도무지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어 고민의 시간은 깊어져만 갔다. 그런 출판사를 기다리던 양경준 작가가 크라우드 펀딩을 먼저 제안했다.
다행히 좋은 인쇄소를 만나 교정 감리를 보았다. 젊은 두 여성의 공동대표가 출판 일을 하겠다고 매일 전화해서 귀찮게해도 최대한 도와주시는 감사한 분이다. 덕분에 이번 작업의 샘플을 만들 수 있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겠다고 펀딩을 하는 것이지만, 실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줄수록 달성률이 높을 것이기에 샘플 작업을 안 할 수 없었다.
7인치 작은 사이즈의 LP 레코드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커버와 포장 형태를 취했고, 안에는 양경준의 사진 10장이 엽서 형태로 들었다. 사진 뒷면에는 그가 직접 골라모은 음원들을 들을 수 있는 링크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있다. 사진 10장을 감싼 종이에는 그가 처음 카메라를 접했던 순간을 기록한 글이 적혀있다. 사진을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해 오프셋 인쇄 방식을 택하였다. 사진 인쇄의 퀄리티는 높이되 제본을 하지 않은 가벼운 형태로 제작했다. 펀딩은 이달 9일 시작하여 내달 9일 종료한다. 하버프레스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슬픔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길 바란다.
다행히 좋은 인쇄소를 만나 교정 감리를 보았다. 젊은 두 여성의 공동대표가 출판 일을 하겠다고 매일 전화해서 귀찮게해도 최대한 도와주시는 감사한 분이다. 덕분에 이번 작업의 샘플을 만들 수 있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겠다고 펀딩을 하는 것이지만, 실체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줄수록 달성률이 높을 것이기에 샘플 작업을 안 할 수 없었다.
7인치 작은 사이즈의 LP 레코드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커버와 포장 형태를 취했고, 안에는 양경준의 사진 10장이 엽서 형태로 들었다. 사진 뒷면에는 그가 직접 골라모은 음원들을 들을 수 있는 링크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있다. 사진 10장을 감싼 종이에는 그가 처음 카메라를 접했던 순간을 기록한 글이 적혀있다. 사진을 최대한 잘 표현하기 위해 오프셋 인쇄 방식을 택하였다. 사진 인쇄의 퀄리티는 높이되 제본을 하지 않은 가벼운 형태로 제작했다. 펀딩은 이달 9일 시작하여 내달 9일 종료한다. 하버프레스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슬픔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길 바란다.

텍사스의 한 출판사 이야기
Eunwoo Hwang 황은우
얼마 전 성수동의 한 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책을 구입했다. 텍사스의 한 사진가 메튜 게니템포(Matthew Genitempo)의 'Mother of Dogs'라는 사진책이다. 책이 포장된 봉투에는 기찻길에서 눌린 구리 동전이 하나 붙어 있고, 모든 페이지가 크라프트 테이프로 손수 붙여져 제본된 특별한 모습의 책이다. 책은 게니템포가 그가 사는 동네인 텍사스 마파(Marfa) 인근 기찻길을 아내와 함께 산책하며 작업한 것을 엮었다. 책의 정가는 미화 80달러, 실제 구입가는 25만원이었다. 할 이야기가 참 많은 책이다.
단편적으로 보면 최근 들어 1400원대까지 올랐던 환율을 적용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상승에 따른 운임료를 고려하고, 판매자의 수익이 더해지고, 레어북(구하기 쉽지 않은)임을 참고하면 25만원이라는 가격이 나올 법도 하다.
출판사는 책에 도매가도 적용하지 않고 소비자가 80달러 그대로에다 운임비까지 별도로 책정해 책을 납품했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돈을 벌었을까? 미국 내에서 사진책을 제작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높아진 인건비에 소량 생산은 적합하지 않은 것. 트래스패서북스는 터키의 인쇄소를 찾아 종이 수급과 검수에 있어 어려움을 겪어서라도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제작, 운송, 마케팅, 디자인, 저작권사용료 등을 제대로 반영하여 판매단가를 설정할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들이 80달러에라도 책을 판매할 수 있었던 데에는 출판사가 이익보다 훌륭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에 더 높은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단편적으로 보면 최근 들어 1400원대까지 올랐던 환율을 적용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가상승에 따른 운임료를 고려하고, 판매자의 수익이 더해지고, 레어북(구하기 쉽지 않은)임을 참고하면 25만원이라는 가격이 나올 법도 하다.
출판사는 책에 도매가도 적용하지 않고 소비자가 80달러 그대로에다 운임비까지 별도로 책정해 책을 납품했다. 그렇다면 출판사는 돈을 벌었을까? 미국 내에서 사진책을 제작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다. 높아진 인건비에 소량 생산은 적합하지 않은 것. 트래스패서북스는 터키의 인쇄소를 찾아 종이 수급과 검수에 있어 어려움을 겪어서라도 제작 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제작, 운송, 마케팅, 디자인, 저작권사용료 등을 제대로 반영하여 판매단가를 설정할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들이 80달러에라도 책을 판매할 수 있었던 데에는 출판사가 이익보다 훌륭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 자체에 더 높은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트래스패서북스가 출판사로서 이익을 내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한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제작비가 워낙 고가인 사진책을 만들어서 이익을 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래스패서북스는 아티스트의 펀드도 보태어 책을 제작하고 이익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업물을 내어주는데 작업에 대한 대가인 저작권사용료를 지불 받아야 하지 않은가? 하지만 출판사로서는 제작비와 마케팅 비용, 회사 유지 비용, 저작권사용료를 지불하고 나면 책이 모두 판매되어도 실제로 어떠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이들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7권의 훌륭한 책들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창립자인 사진가 브라이언 슈마트(Bryan Schutmaat)와 메튜 게니템포, 그리고 디자이너 코디 할텀(Cody Haltom) 세 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 5년간 이만큼의 작업물을 남길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이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고, 크루(crew)처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버프레스는 이들의 존재가 참 반갑고 든든하다. 결국 좋은 알맹이를 빚어내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다는 믿음에 힘이 생기고, 커뮤니티의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들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7권의 훌륭한 책들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창립자인 사진가 브라이언 슈마트(Bryan Schutmaat)와 메튜 게니템포, 그리고 디자이너 코디 할텀(Cody Haltom) 세 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 5년간 이만큼의 작업물을 남길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이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고, 크루(crew)처럼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버프레스는 이들의 존재가 참 반갑고 든든하다. 결국 좋은 알맹이를 빚어내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다는 믿음에 힘이 생기고, 커뮤니티의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사진 예술에 대한 진입장벽 허물기
Sang Hee Choi 최상희
아직 사진책은 일반 대중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책의 장르 중 하나이다. 예술이라는 것에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매일같이 사진을 찍는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성능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없고, 디지털카메라의 보급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가 널리 정착되며 사진 이미지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진 것이다. 현대에는 거리의 전광판, 포털 사이트, 소셜 미디어 등 어느 곳에서도 사진이 빠지지 않는다. 이 많은 사진들 중 어느 것이 예술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을까? 하버프레스가 아트북 출판사를 운영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을 접하며 자주 하는 생각이다.
지난 16일 하버프레스는 홍대에 위치한 라이즈 호텔의 'Sunday Rooftop Market'에 북 큐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사진책이라는 장르를 소개하고 싶었고, 사진책을 보는 기쁨을 전하고자 했다. 북 큐레이션에는 마틴 파, 윌리엄 이글스턴, 알렉 소스, 잭 데이비슨, 비비안 마이어와 같은 유명한 사진작가들부터 로빈 드 푸이, 엘리엇 베르디에 와 같은 신인 작가들의 사진책도 포함했다. 두 손 가득 사진책을 들고 행사장으로 향하며 우리는 너무 '대중적'인 사진책을 골라 가져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가뜩이나 사진책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다루는데 신인작가들의 책들만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고성능 카메라가 달린 휴대폰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없고, 디지털카메라의 보급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취미가 널리 정착되며 사진 이미지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아진 것이다. 현대에는 거리의 전광판, 포털 사이트, 소셜 미디어 등 어느 곳에서도 사진이 빠지지 않는다. 이 많은 사진들 중 어느 것이 예술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을까? 하버프레스가 아트북 출판사를 운영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사진을 접하며 자주 하는 생각이다.
지난 16일 하버프레스는 홍대에 위치한 라이즈 호텔의 'Sunday Rooftop Market'에 북 큐레이션으로 참여했다.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사진책이라는 장르를 소개하고 싶었고, 사진책을 보는 기쁨을 전하고자 했다. 북 큐레이션에는 마틴 파, 윌리엄 이글스턴, 알렉 소스, 잭 데이비슨, 비비안 마이어와 같은 유명한 사진작가들부터 로빈 드 푸이, 엘리엇 베르디에 와 같은 신인 작가들의 사진책도 포함했다. 두 손 가득 사진책을 들고 행사장으로 향하며 우리는 너무 '대중적'인 사진책을 골라 가져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가뜩이나 사진책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다루는데 신인작가들의 책들만 가져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버프레스의 부스를 방문해 준 사람들은 먼저 책표지를 둘러보고 구미가 당겨지는 하나의 책을 집어 펼쳐보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어떤 책을 추천하는지 물었다. 우리는 마틴 파의 를 자주 추천했는데 유머러스한 그의 사진들이 '예술'이라는 벽 앞에 경직된 독자의 마음을 열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방문객들이 사진책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이 사진들이 내가 아는 누군가가 찍은 사진이라면 어땠을까?
동일 작가와 The Anonymous Project가 합작한 사진책 는 1950-80년대 아마추어 사진가들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과 저명한 작가 마틴 파의 사진을 병렬해 제시한다. 마치 쌍둥이처럼 느껴지는 사진들 때문에 관객들은 어느 쪽이 작가의 사진인지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책의 목적은 작가를 드러내는 데에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 찍힌 일상 속 장면들은 관객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며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갭을 메꾸어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한 장벽을 허물어준다. 이 외에도 자신과 관련 있는 주제의 사진책으로 흥미를 돋운 방문객들은 다른 책들도 많이 펼쳐보았다.
어떤 것의 예술성을 가르는 것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예술도 사람 사이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화자와 청자가 있어야 의미를 갖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동일 작가와 The Anonymous Project가 합작한 사진책 는 1950-80년대 아마추어 사진가들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과 저명한 작가 마틴 파의 사진을 병렬해 제시한다. 마치 쌍둥이처럼 느껴지는 사진들 때문에 관객들은 어느 쪽이 작가의 사진인지 혼란에 빠진다. 그러나 책의 목적은 작가를 드러내는 데에 있지 않다.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 찍힌 일상 속 장면들은 관객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며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갭을 메꾸어 예술로서의 사진에 대한 장벽을 허물어준다. 이 외에도 자신과 관련 있는 주제의 사진책으로 흥미를 돋운 방문객들은 다른 책들도 많이 펼쳐보았다.
어떤 것의 예술성을 가르는 것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예술도 사람 사이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화자와 청자가 있어야 의미를 갖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릿에서 시작된 영감
Eunwoo Hwang 황은우
넘쳐나는 새로운 디자인의 아트북을 접하다 나도 모르게 계속하여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전에 보지 못한 크기, 책으로써 만져본 적 없는 촉감, 처음 보는 제본 형태. 어느 날 사무실에 있는 초록색 두꺼운 사진책 하나를 집어들었다. 어느 한 구석 매력적인 곳이 없어보이는 지루하도록 탁한 녹색의 두꺼운 책.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이 책 표지에는 사진책임을 연상시키는 힌트 하나 없이 금박으로 책의 제목만 달랑 새겨져있다. 제이미 혹스워스, 브리티시 아일(Jamie Hawkesworth, The British Isles). 책등에는 작가의 이름과 제목뿐, 뒷표지는 텅 비어 있다. 생김새와 다르게 꽤나 유명한, 사진책방마다 놓여진 이 책은 어떤 지점에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책을 열면 바람부는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귀퉁이에 작게 한 여성의 뒷모습이 있고, 멀리 연기가 나오는 공장이 보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여행이 시작되는 듯하다. 책에 대부분은 인물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어딘가 음악을 할 것 같이 생긴 멋스럽게 차려입은 아프리칸 사람들, 일요일 예배에 참석하려고 옷장 속 가장 멋있는 옷으로 갖춰입은 할머니, 부모님이 바쁘셔서 하루 종일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10대 아이들.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하나같이 모두 패셔너블하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제이미 혹스워스는 35세의 젊은 나이에도 패션,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이미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사진가다. 어린 시절부터 학구적이었던 혹스워스는 대학에서 법의학을 전공하며 과제를 위해 처음 카메라를 들게된 후 처음 느껴본 매력에 푹 빠져 사진으로 전공을 전환하였다. 그렇게 2010년 첫번째 프로젝트 프레스턴 버스 정류장(Preston Bus Station)으로 데뷔하여 로에베, 프라다 등 하이패션 브랜드의 룩북을 비롯해 13년째 사진을 찍고 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이 책 표지에는 사진책임을 연상시키는 힌트 하나 없이 금박으로 책의 제목만 달랑 새겨져있다. 제이미 혹스워스, 브리티시 아일(Jamie Hawkesworth, The British Isles). 책등에는 작가의 이름과 제목뿐, 뒷표지는 텅 비어 있다. 생김새와 다르게 꽤나 유명한, 사진책방마다 놓여진 이 책은 어떤 지점에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책을 열면 바람부는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귀퉁이에 작게 한 여성의 뒷모습이 있고, 멀리 연기가 나오는 공장이 보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여행이 시작되는 듯하다. 책에 대부분은 인물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어딘가 음악을 할 것 같이 생긴 멋스럽게 차려입은 아프리칸 사람들, 일요일 예배에 참석하려고 옷장 속 가장 멋있는 옷으로 갖춰입은 할머니, 부모님이 바쁘셔서 하루 종일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10대 아이들.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하나같이 모두 패셔너블하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제이미 혹스워스는 35세의 젊은 나이에도 패션,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이미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사진가다. 어린 시절부터 학구적이었던 혹스워스는 대학에서 법의학을 전공하며 과제를 위해 처음 카메라를 들게된 후 처음 느껴본 매력에 푹 빠져 사진으로 전공을 전환하였다. 그렇게 2010년 첫번째 프로젝트 프레스턴 버스 정류장(Preston Bus Station)으로 데뷔하여 로에베, 프라다 등 하이패션 브랜드의 룩북을 비롯해 13년째 사진을 찍고 있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프레스턴 버스 정류장에서 그는 매일 그곳에서 버스를 타러 오고, 떠나는 사람들을 찍었다. 영국은 비가 자주 오고 어두운 편이고, 특히 그가 사진을 찍게 된 장소들이 언뜻 보면 무섭게도 보여 그는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하며 따뜻한 색감을 더해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만의 따뜻한 색감의 사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현재는 많은 사진가와 브랜드가 그의 사진 색감을 모방하고 있다.
브리티시 아일은 그런 그의 13년간의 작업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영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찍은 이 사진들은 전문 모델과 한 작업보다도 더 멋스럽다. 혹스워스가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사진찍는 것을 원하는 이유이다. 계획하지 않음에서 오는 예측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 일을 하다보면 계속하여 더 색다른 것을 찾다가 길을 잃게 되기도 한다. 토일렛 페이퍼 매거진(Toilet Paper) 같이 강렬한 색감에 쉽게 매료되고,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 잡지에 나오는 집들처럼 물건들이 가득 찬 공간이 주는 매력에 취한다. 세상에 선보일 멋있는 작업물을 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더 많은 인풋을 채우려고 온라인에서 수많은 것들을 보다가 잠시 멈추었다. 혹스워스처럼 길거리로 나가보아야겠다.
브리티시 아일은 그런 그의 13년간의 작업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영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찍은 이 사진들은 전문 모델과 한 작업보다도 더 멋스럽다. 혹스워스가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사진찍는 것을 원하는 이유이다. 계획하지 않음에서 오는 예측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 일을 하다보면 계속하여 더 색다른 것을 찾다가 길을 잃게 되기도 한다. 토일렛 페이퍼 매거진(Toilet Paper) 같이 강렬한 색감에 쉽게 매료되고,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 잡지에 나오는 집들처럼 물건들이 가득 찬 공간이 주는 매력에 취한다. 세상에 선보일 멋있는 작업물을 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더 많은 인풋을 채우려고 온라인에서 수많은 것들을 보다가 잠시 멈추었다. 혹스워스처럼 길거리로 나가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