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bour Pre. ss

스트릿에서 시작된 영감
Eunwoo Hwang 황은우


넘쳐나는 새로운 디자인의 아트북을 접하다 나도 모르게 계속하여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전에 보지 못한 크기, 책으로써 만져본 적 없는 촉감, 처음 보는 제본 형태. 어느 날 사무실에 있는 초록색 두꺼운 사진책 하나를 집어들었다. 어느 한 구석 매력적인 곳이 없어보이는 지루하도록 탁한 녹색의 두꺼운 책.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디자인의 이 책 표지에는 사진책임을 연상시키는 힌트 하나 없이 금박으로 책의 제목만 달랑 새겨져있다. 제이미 혹스워스, 브리티시 아일(Jamie Hawkesworth, The British Isles). 책등에는 작가의 이름과 제목뿐, 뒷표지는 텅 비어 있다. 생김새와 다르게 꽤나 유명한, 사진책방마다 놓여진 이 책은 어떤 지점에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걸까?

책을 열면 바람부는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귀퉁이에 작게 한 여성의 뒷모습이 있고, 멀리 연기가 나오는 공장이 보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여행이 시작되는 듯하다. 책에 대부분은 인물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국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 어딘가 음악을 할 것 같이 생긴 멋스럽게 차려입은 아프리칸 사람들, 일요일 예배에 참석하려고 옷장 속 가장 멋있는 옷으로 갖춰입은 할머니, 부모님이 바쁘셔서 하루 종일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10대 아이들.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하나같이 모두 패셔너블하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제이미 혹스워스는 35세의 젊은 나이에도 패션,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이미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사진가다. 어린 시절부터 학구적이었던 혹스워스는 대학에서 법의학을 전공하며 과제를 위해 처음 카메라를 들게된 후 처음 느껴본 매력에 푹 빠져 사진으로 전공을 전환하였다. 그렇게 2010년 첫번째 프로젝트 프레스턴 버스 정류장(Preston Bus Station)으로 데뷔하여 로에베, 프라다 등 하이패션 브랜드의 룩북을 비롯해 13년째 사진을 찍고 있다.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프레스턴 버스 정류장에서 그는 매일 그곳에서 버스를 타러 오고, 떠나는 사람들을 찍었다. 영국은 비가 자주 오고 어두운 편이고, 특히 그가 사진을 찍게 된 장소들이 언뜻 보면 무섭게도 보여 그는 암실에서 사진을 현상하며 따뜻한 색감을 더해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만의 따뜻한 색감의 사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현재는 많은 사진가와 브랜드가 그의 사진 색감을 모방하고 있다.

브리티시 아일은 그런 그의 13년간의 작업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영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찍은 이 사진들은 전문 모델과 한 작업보다도 더 멋스럽다. 혹스워스가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사진찍는 것을 원하는 이유이다. 계획하지 않음에서 오는 예측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출판 일을 하다보면 계속하여 더 색다른 것을 찾다가 길을 잃게 되기도 한다. 토일렛 페이퍼 매거진(Toilet Paper) 같이 강렬한 색감에 쉽게 매료되고,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 잡지에 나오는 집들처럼 물건들이 가득 찬 공간이 주는 매력에 취한다. 세상에 선보일 멋있는 작업물을 내기 위해 책상에 앉아 더 많은 인풋을 채우려고 온라인에서 수많은 것들을 보다가 잠시 멈추었다. 혹스워스처럼 길거리로 나가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