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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e


책 디자인 4D로 읽기
Eunwoo Hwang 황은우


"In order to design a book, you have to think about whether it is a design that makes the essence of the book shine or a design that is only beautiful on the outside. Design should be an extension of what the book is trying to say."

청와대 개방으로 활기를 띠게 된 삼청동. 청와대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쭉 올라가다 보면 삼청동청사 옆에 한미사진미술관 삼청별관이 있다. 이곳에 가면 애퍼처 파운데이션과 파리 포토가 주관한 2021 포토북 어워즈 아시아 순회전시를 볼 수 있다. 고작 책을 볼 수 있는 것도 전시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 모인 책들은 대부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책들이다. 제작비가 워낙 높다 보니 100부, 300부 등 한정수량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책은 아직까지는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르다. 글이 주는 힘의 비중이 큰 문학도서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사진책에는 사진만 있는 책도 있고, 텍스트가 조금 있는 책도, 텍스트와 사진이 반씩 오는 책도 있다. 사진은 시각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사진을 담은 책 역시 시각적으로 잘 디자인되어야 한다.

포토북 어워즈에서 올해의 포토북 상을 받은 <반다 이야기(The Banda Journal)-무함마드 파들리, 파드리스 엠에프> 책에 관한 설명을 보면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세계 무역과 현대 경제에 있어 작은 군도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인도네시아의 반다 제도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곳은 희귀한 향신료인 육두구(넛맥)의 생산지라는 이유로 식민지 건설의 근원지가 된 곳이다. 책의 디자인은 매우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다. 빨간 표지는 육두구 열매를 반 잘랐을 때 보이는 패턴을 형상화 하였고, 이 뒤에는 반다 제도에 남아있는 영국 해군 장교의 집에 있는 석상이 보인다. 육두구에 가려진 식민 잔재의 모습을 하나씩 벗겨내며 반다 제도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게 되는 디자인이다.
이밖에 여기 전시된 책들은 책에 들어있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을 조화롭게 잘 사용하고 있다. 책을 표지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옛말에 도전하는 듯하다. 표지부터 내지의 종이 종류, 재질, 두께, 광택, 표지와 내지의 사이즈, 제본방식, 인쇄방식 등 다양한 장치를 활용하여 하나의 메시지를 잘 담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디자인이 우수한 책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책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알맹이를 빛나게 하는 디자인인지 겉이 아름답기만 한 디자인인지 심사숙고해야한다. 디자인은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과 어우러져 책을 빛나게 해야 한다.

사진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쫙 펼쳐지는 제본을 할 것인가, 보존성을 높이기 위한 제본을 할 것인가, 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 미색이 띠는 종이를 쓸 것인가, 차가운 느낌을 주기 위해 푸른 계열 종이를 쓸 것인가, 한국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창호지를 활용해볼까, 손상에 강한 코팅지를 사용할 것인가, 어떤 잉크를 사용하여 어떤 인쇄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

결국 책 디자인은 4D다. 책 표지에 어떤 글자와 이미지가 배치되는 것에서부터 나아가 크기, 두께, 무게, 질감 등이 입체적으로 설계되어야 책을 잘 디자인했다고 할 수 있다.

column for Incheon Ilbo